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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ing/China12

20120607타슈쿠르칸(Tashkurgan)멜랑꼴리한 하루와 타슈쿠르칸의 윌 스미쓰

아침에 일어나니 방이 냉골이라 그런지 몸이 뿌지근하다.밖에 문을 열고 나갔는데 어젯밤엔 별이 환영해주더니 만년설의 무스탁 아타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카라쿨 호수가 보인다.아름답다.하지만 하루만이다.하루 더 있으라고 그러면 못 있을거 같다.일본의 자전거 여행자 '이시다 유스케'가 미국의 모뉴멘트 벨리에서 그 아름다움에 취해 3일동안 한자리에 있었다고 하는데 개뻥인거 같다.감동은 하루가 최고인듯.돈 주면 이틀은 있을거 같음.아~간밤의 감동을 이렇게 날려버리다니,,,

<<키르키즈족 전통 모자>>

<<안녕 무스탁 아타>>

<<가이드 아저씨 아들>>

아침에 멍을 좀 때리고 있으니까 파오 지키는 소녀가 청소를 하러 온다.학교 안가냐고 하니까 4일간 연휴란다.역시 대륙이라 휴일도 4일 정돈 되야지 암.카슈가르에서 오는 버스가 몇시에 정차하냐고 물으니 이 소녀는 모르겠단다.그래서 내가 9시30분에 출발했으니까 12시쯤 오겠거니 해서 나갔는데 결과적으론 3시에 버스를 탓다.버스를 기다리니 도롯가 파오 주인이 들어와 쉬라고 한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버스가 오지 않자 슬슬 히치하이킹이 하고 싶어진다.근데 옆에 있던 흑인애 하나가 히치를 하며 걸어간다.난 재빨리 짐을 챙겨 같이 가자고 따라 나섰다.그래 밥도 많이 주는 대륙인들은 차도 잘 태워주겠지라는 생각으로...잠시 가다 둘이 엄지를 치켜 들고 있는데 차가 한대 선다.그러더니 이것들이 창문을 열고 재밌는듯이 웃으며 사진을 찍고 '바이바이'를 외치고 그냥 간다.이런 개쉥키들

<<왼쪽에 있는 흑형이 수단에서 온 '디우'>>

<<어렸을적 봤던 미드 레니게이드가 떠오름>>

한대도 안 세워준다.대륙인들 막판에 실망을 안기는건가?이대로 가다가는 버스도 안 세워줄거 같다.난 디우에게 버스정류장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니 자기는 계속 가겠단다.나는 15키로 배낭 메고 지는 개나리 봇짐 하나 메고 있으면서...육상강국 아프리카 대륙에서 왔다 이거냐?쪼리 신고 잘도 걷는다.난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빽.2시간이 더 흐른뒤에야 버스 도착.카라쿨을 드디어 벗어난다.잠시후 파키스탄과의 접경 도시.타슈쿠르칸 도착.역쉬 파미르 고원에 위치한지라 주변이 만년설로 둘러 쌓여 있다.타슈쿠르칸에 하나 있다는 호스텔을 버스에서 만난 대만,중국 친구와 찾아 나선다.

<<간지 나는 이름을 가진 게스트 하우스>>

여장을 풀고 이 친구들과 함께 버스터미널로 간다.파키스탄행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파키스탄행 버스는 유동적이다.파키스탄이 국경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더 이상 제3국에서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이동인구가 적어 아침에 사람이 많이 차면 출발하고 그렇지 않으면 간다는 얘기.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교통빈관에 가서 내일 파키스탄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으니 자기도 모른단다.오늘 아침엔 출발했단다.뭔가 꼬이는 느낌.비자도 1주일도 안 남았는데,,,내일 아침에 와 보란다.발길을 돌려 걷는다.타슈쿠르칸 시내에서 단 한명일것 같은 흑인이 보인다.디우다.결국 히치 성공해서 왔단다.근데 얘랑 같이 다니니까 아주 난리가 아니다.사람들 다들 쳐다보고 여자애들 사진 찍자고 몰려오고 중국 단체관광객들까지 몰려 들고 우리 아시아 떨거지 3인방은 구경만 했다.인기가 넬슨 만델라나 윌 스미쓰급이다.희소가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나도 여기선 흑인이 되고 싶다고 디우를 놀렸다.

숙소에서 맥주를 마시며 간만에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데 한국여자가 둘이나 들어왔다.한 아이와 얘기를 하던중 다른 여자 아이 하나가 나온다.소개를 시켜 주길래 '안녕하세요,한국분이세요?'라고 물으니 '네,근데 미국 살아요'"근데 어쩌라고;;;"맘에만 담아어야 되는데 뱉어버렸다.어쨌든 한국사람 아니냐고 했더니'전 시민권잔데요'라고 한다.어쩌라고ㅡ.ㅡ이게 진짜 골수반미주의자한테 욕 한번 제대로 먹을라 그러나.씨발 진짜 욕 나온다.미국 시민권자가 무슨 벼슬인줄 아는 모양이다.꼴 보기가 싫어서 자리를 피했더니 디우 이 새끼 그때다 싶어 졸라 말건다.웨스턴 애들의 특유의 패턴.

그러거나 말거나 여행기나 쓰다 잠든다.파키스탄이 코앞이다.새로운 나라로 가기전의 긴장감과 떠나는 나라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어!버스가 서 있다

순간 졸라 갈등한다.지금 다시 숙소로 돌아가 짐을 싸갖고 오면 겨우 탈수 있긴 한거 같은데..타슈쿠르칸을 그냥 패스해야도니 고민하다.버스기사가 모레 '아마' 다시 있을거란 얘기에 귀에는 이미 '아마,아마,아마,아마'밖에 안들린다.내일 모레 가기로 결정.이제야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시내를 둘러본다

<<이 곳은 타지크족의 주거지>>

<<타슈쿠르칸의 랜드마크>>

<<타지크족 여인들.백인과도 너무 가까워진 외모>>

 

파키스탄이 코 앞이라는 사실이 이들의 외모에서 느껴진다.나는 무얼 찾아 여기까지 왔는지,,,3,300미터의 고지대의 서늘한 날씨는 또 다시 나의 가슴에 외로움을 선물한다.

<<친구 사이라던 한족과 타지크족 아이들>>

 <<사진을 찍어 보여줬더니너무나 좋아하던 아이들>>

중간에 숙소에 잠깐 들어왔는데 디우와 어제 카라쿨에서 봤던 캐나다 친구가 자전거 뒤에다 안장을 만들고 있다.이 캐나다 친구 대단한 놈이다.베이징으로 들어와서 타슈쿠르칸까지 차비 하나도 안 쓰고 히치 하이킹으로만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그러더니 어디서 쌀자전거 하나를 사서 뒤에다 안장을 달고 있다.이거 타고 또 티벳까지 가겠단다.나도 예전에 자전거 여행을 해봤기 때문에 그리 새삼스런 일도 아니고 더 특이한 여행자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이 아이 좀 특별하다.저 모험정신!이런것이 유럽 새끼들의 대항해 시대를 연거 아니겠는가?이래서 유럽이,미국이 근현대사를 지배하는거 아니겠는가?그나마 요새 우리나라 젊은이들도 자기주도적인 여행을 많이 하는데 가끔 배낭만 메고 잠만 싼 숙소에서 자면 자기가 대단한거 하는줄 아는 애들도 꽤 있다.인증샷 찍는 여행이 아닌 진짜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분수쇼>>

뒤늦게 숙소에 들어와서 쉬는데 기분이 묘하다.날씨때문인가?국경을 넘을때거 온 것이다.새로운 자극이 필요할때가 된것 같다.중국인 여행자들이 주는 독주 한 잔을 받아 먹고 잠이 든다.